2018년 첫 눈, 기록
첫 눈이 조용히 내리고 사라졌네요. 사실 이틀 전에 왔으나 바빠서 잊고 있다가 다시금 차분히 가라앉은 하늘을 올려보고는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켰어요.
며칠 전, 레슨 받는 학생이 그러더라구요. 뜬금 없이, 편지를 쓰는것보다 받는것이 더 좋다고요. 평소 그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친구인데, 저번 주에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마음이 허한가 싶어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편지를 받으면, 내 생각을 하며 그 글을 써내려 갔을 상대방이 떠올라 쓸때보다 받을때 기분이 더 좋다고.. 여러분도 그런가요?
예전엔 지인들과의 문자 도중,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을 때 스크린샷으로 저장해 남겨두곤 했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그 대화를 저장하는 기준이란 단순한데.. 그 기준이란 얼마나 내 마음에 와닿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대화인가. 얼마나 진심인 대화였는가.
대화창은 사라질지언정, 그 대화로 인해 사람은 성장하니까, 그 순간을 캡처해 기록하는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죠. 언제든 그 순간을 돌려볼 수 있으니까요.
슬픈 일이지만, 앞으로 이 대화창이 더는 업데이트되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인 경우에도 저장을 했어요. 그때 당시 내가 했던 말을 다시 읽어볼 때,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를 조우하는 것만 같아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받았던 편지를 들춰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죠. 손글씨 편지는 아직도 종종 받곤 하지만, 진심과 사랑 가득한 편지를 받던 스물 네 살의 내가 가끔은 부럽기도 합니다. 또 다시 그런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를 또 받아볼 수 있을까 싶어서요.
첫 눈을 보고 편지를 떠올린 레슨생처럼 저도 다시 연필을 들고 편지를 쓰며 떠올릴 사람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벌써부터 영하로 떨어진 날씨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네요.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래요.
P.S. Creativity i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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