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 2 - I'm Not An Easy Lover / Jaz Karis
쉽게 마음 주는 사람
오늘 밤이 딱이다. 주절주절 흑역사를 쓸 날. 재즈 카리스의 음악을 들으면 스쳐 떠오르는 일화를 풀어보려 한다. 내 목 뒤에 있는 타투를 보고 이 타투 이제 내거야, 라며 나를 향한 소유욕을 강하게 드러내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잠깐이였지만 강렬하게 내 추억속에 존재하는 사람.
내 몸의 타투를 자기거라 우기는 그 터무니없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드러나는 내 당황스런 표정을 그로부터 재빨리 숨기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데이트는 다른건 없었고 걷는걸 좋아해 자주 같이 걸을 곳을 찾으러 다녔다. 희한하게도 그와 내가 사는 곳 사이에는 천이 있었기에 몇번의 의미없는 카페 만남 이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천에서 종종 만났었다. 걸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 딱 좋은 장소였는데... 그 천은 아직 그 자리에 있겠지? 한창 일을 할때였으니 퇴근하고 만나면 때는 저녁 먹기 전인 6시-7시 정도였기에 가로등이 내리쬐는 적당한 어둠 속에서 참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한번도 그에게 설렜던적은 없다. 기습적인, 종종 깜짝 놀랄 행동을 했을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와 관련해 기억 나는 단편적인 것들 중 하나로는, 몸이 참 예뻤다. 운동을 너무나 싫어하는데 열심히 한다던 그는 참 매력적이고 탄탄한 몸 (figure) 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생때 화방에서 크로키를 자주 그리곤 했던 나는 사람 인체에 관심이 많았는데, 멋지다고 생각하는건 무조건 종이에 옮겨 그리곤 했었다. 그때 실력이였으면 크로키로 그려보는건데...눈에 아른거린다.
쉽게 마음에 훅 들어왔던 사람이지만 그만큼 쉽게 훅 나가기도 한 사람이다. 사람한테 설렌다는 감정을 느껴본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설렘을 주는데엔 실패한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아이처럼 순수하게 감정을 마구 표현하던 그 모습만큼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질투 또한 엄청난 사람이였기에 사실 만나는 동안 조금 힘들기도 했다. 어느정도는 귀엽게 봐줄 수 있지만 도를 넘으면 곤란함.
난 쉽게 사랑하는 사람이 아냐,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기꺼이 내곤 하지
No I don't take this likely
사실 이럴 가능성은 없어
You keep calling me sober, like there's something to say
넌 계속 나에게 술취했다고 말하지, 마치 더 얘기할 것들이 있는 것처럼
But now the weekend is over, it's just another day
하지만 주말은 끝났어, 또 다른 날이야
얕지만 진하게 확장된 그의 깊이
사람, 아니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문구를 미디어에서 종종 보게된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녹아들고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타이밍이란 따로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면 그와 나는 타이밍이 아니였겠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그를 만났을땐 그는 일을 쉬고 있는 상태였고 복잡 이유들로 인해 본인 왈,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상태" 이였던 같다. 비스무리 한 말을 자주 했었고 또한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때론 머리론 알지만 상황이나 마음이 그렇게 따라가주지 않는 시간이 있다. 그도 머리로는 당신의 존재가치가 일을 하고 말고에 좌지우지 되는것이 아닌것을 알고 있었을텐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작아졌던 것일까. 내가 건넨 몇마디 말에 그는 힘을 얻었다고 했고 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 가끔은 당연한 말이라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자존감에 관한 문제라면.
나의 경우, 누군가를 삶에 들이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지우기가 훨씬 오래 걸리고 어렵다. 그렇기에 들이는 과정을 좀 더 까다롭고 복잡한 관문으로 무장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어떨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훅 들어오기도, 사소한 것에 흔들리고 무너지는 때가 많았다.
그와는 사진을 딱 한장 같이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보내주지도, 내가 갖고있지도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많은 관계가 그렇듯이 그는 내게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되었는데, 얕지만 진하게 아직 내 추억 언저리에서 가끔 존재감을 내비친다. 아주 가끔, 파리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보이는 아주 잘생긴 누드 동상에 그가 떠오르기에.
이 글의 포인트는 이것이다. 해외로 나갈거라 했던 그는 사실 파리로 와서, 이 수 많은 청동 동상중 하나로 변해버린것은 아닐까. 내 기억속 굳어져 버린 그는 사실 아주 가까이에 있는것은 아닐까. 물론 말도 안되는 망상이다. 내가 그에게 진심으로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그만의 매력과 세상을 확장해 아주 멋지게 살고 있을 테니 추억은 추억으로, 여기까지만 남겨둘 생각이다.
그딴 거 잊어버려, 나에게 계속해서 말하지
Say you don't know why I'm so cold
내가 왜 차가운지 모르겠지,
Where did I go, like you don't know
내가 어디 갔었는지 너가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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