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04262019

오랜만의 약속을 세탕 이상 뛴 기록적인, 굉장히 길었던 하루 또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누군가는 안좋은 관계에서의 거짓말보다 고독에서 오는 평화를 원한다고 하는데 나는 좀 다른 부류지 않을까. 이유로는 하루를 뒤돌아 볼 때 나를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속 오갔던 그 시선과 마음으로부터 얻는 위안이 내 전부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전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게 현명한 조언을 아낌없이 건네주고 위해주는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지 않은가.
어머니가 드디어 스팀잇에 입성하셨다. 작년 겨울부터 말씀을 드렸었지만 나도 제대로된 공부가 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권해줄 만한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 여유가 생기신 어머니와 방학을 맞이한 내가 타이밍이 맞았다! 전화로, 문자로 몇번이나 테이블 위의 탁구공처럼 대화가 며칠을 건너 왔다갔다 하다가 가입 승인을 받으셨고 (하루만에!) 감사하게도 가입글 포스팅까지 완료하셨다.
권유의 목적은 단 하나, 이틀건너 한번씩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고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가까운 모녀사이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블로깅인 만큼 스팀잇 생태계에 같이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놓음으로서 더 깊이 소통을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에서 였다. 물론 몇번이나 엄마는 글을 못쓴다며 사양을 하셨지만, 그냥 아무말이라도 좋으니 일기처럼 단 몇 줄이라도 적어봐 달라, 막상 습관을 들이면 어렵지 않다 얼마나 설득에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한 두번 글을 써보신 후 사진도 올려보시고 친절하게 맞아주는 kr 식구들의 댓글에 답글까지 다시더니, 이제는 부담이 줄어들은 듯 보인다. 어느정도 파악을 하신듯 여유를 가지시기까지. 모든 처음이 어렵지 그 후엔 관성으로 나아가는 부분이 있으니, 앞으로 나보다 훨씬 더 기록하는 일에 깊이 빠지지 않으실까 기대하는 중이다.
그렇게 기다렸던 4월이 거의 지나가고 있다. 학교는 방학을 맞이했으니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파리는 날 가만두질 않는다. 겹친 스케줄과 지금이 아니면 시작하지 못할 프로젝트들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발을 성큼 들여놓았다. 얼렁뚱땅 짧게 정해진 마감 기일에 나도 어리둥절. 물론 처음부터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바람이 등 떠미는 듯한 막힘없는 진행이 성사될때는 아, 이 일이 뭔가 되려나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종종 경험하는데, 몇번을 겪어도 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 지나갈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을때는 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생각하라는 형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럴땐, 더도 말고 다시 본질로 돌아가 이 일을 다시 차근차근 순을 밟아 생각하라는 조언에 다시 그리 하고 있다. 마음을 조급하게 먹을것도 아니며 일을 멀리 내다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다만 죄송할 뿐이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그런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기운이 빠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도 끝이 나고, 다음 주도 스케줄이 꽉 차있는 감사한 날들이 어서와~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당장 읽을 책이 있음을, 들을 음악이 있음을 생각하니 그리 힘들지 않다. 핸드폰을 의식적으로 덜 들여다보고 이북리더기를, 그리고 친구로부터 빌린 몇권의 책을 손에 쥐고 대중교통을 타다보니 오히려 시간이 넘쳐나는 때보다 읽히는 책 수가 늘었다. 지금은 김형경 작가의 좋은 이별과 윤홍균 작가의 자존감 수업을 번갈아 가며 읽고 있는데 끝이 궁금하다. 샹드막스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어서 덮었는데, 자기 전에 마저 읽어야지. 몸은 너무나 피곤하지만 잠에 들고 싶지 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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