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0206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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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선 바로 옆에 놓아둔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한다음 창문으로 날씨를 확인 한 후 호흡을 합니다. 앉은 자세에서 5분, 일어서서 5분, 전체적인 동작으로 몸을 늘려주며 15분 정도. 여유로운 날이면 명상을 하지만 요새는 일이 많은 시기라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어젯밤 작업하던 곡을 다시 들어보거나 메일로 일정 체크를 하는 편이에요. 오랜만의 일상기록인데 특별한 일이 없어 중간에 문득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파리의 날씨는 열흘정도는 먹구름을 동반한 흐리고 비가 흩날리다가 하루정도 잠깐 맑은 날을 감질나게 보여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 2월 말까지 이어질것 같기도 하네요. 기온은 상온이기에 코트로 바람만 잘 여미고 목도리로 목을 보호한다면 감기는 피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블로깅, 즉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은지 얼마 되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영감 받는대로 꾸준히 기록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열심히 하시는 분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게으른 저를 보면서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드는 요즘입니다. 한국에서, 아니 더 예전으로 돌아가 미국에서 부터 생각의 단편들을 기록해왔다면 지금은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있겠다 아쉬움이 들기도 하죠.


    사람의 기억력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비록 한 단의 기억이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변질되거나 사라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어떤 대화든, 누군가와의 소통의 흔적은 항상 기록해 두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은 것 같아요. 개인적 습관 또는 공공의 기록을 따라 누군가는 발전하고, 누군가는 배우게 될 테니까요.


    현재 살고 있는 지역, 문화적 특성 그리고 법의 바운더리 안에서 각각 다른 양상을 띄고 그 써클 안에서 일어나는 일 들에 대해서 클리셰란 형용사가 붙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낭만성을 부여하는 상업적, 기호적 모습을 띄고 있는 '파리' 라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저는 그 클리셰를 처음엔 부정했었기에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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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신드롬' 은 또 다른 문맥으로, 외지인이 파리에 대한 환상과 실상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해 겪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름답고 고상한 도시 파리를 기대하고 관광을 갔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골목, 길거리에 널브러진 개똥과 쓰레기들, 일부 몰지각한 백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으로 인해 환상이 깨지고, 식당에 가면 프랑스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시종일관 불친절하게 구는 웨이터에 충격을 받아 파리 신드롬을 겪는다고 하죠.


    위키에는 내적인 요인으로는 맘속에 그려온 이상적인 파리와 현실의 파리와의 큰 차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파리 거리’와 전혀 다른 현실의 지저분한 파리 거리 등)에 대한 당혹감을 느끼거나, 파리에서 원하던 일을 찾지 못하게 되거나, 프랑스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히거나 하는 상황이 겹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외적인 요인으로는 또 일본의 문화에서는 ‘그 곳의 분위기’라는 표현처럼 상대방의 감정을 민감하게 살펴 생각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일상적인데 반해, 프랑스의 문화에서는 그와 반대로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일상적이라 일본인들이 좀처럼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에 따른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프랑스인이 자신들을 차별하고 있다’ 는 식의 망상이나 환각을 품거나, 현실의 파리를 받아들일수 없는 자기자신을 책망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렇듯 프랑스 파리는 유독 다른 문화권과는 다른 양상과 알 수 없는 또는 적응하기 어려운 유럽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부상했기에 더욱 더 낯선, 낭만성을 결합하고는 가까이 할 수 없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흔히들 이야기는 '파리병', 즉 일반적으로 낭만의 수도로 여겨지는 곳으로 센 강, 에펠탑, 패션과 향수, 아름다운 고전 건축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파리에 대한 환상을 온갖 상업적 이유와 클리셰로 증폭 시키는 일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다른 도시보다 더 훨씬 많이 볼 수 있는 파리에 대한 책, 잡지, 사진 등 미디어의 노출도만 봐도 알 수 있죠.



"파리에 사신다구요? 좋겠네요.. 정말 낭만적이에요!"


p.s. 실제로 많이 듣는 이야기.


    하지만 기록에 대한 문맥과 이어지는 고찰 부분으로 여태까지 세계 역사속 굳건히 서있는 19세기 건물과 셀 수 없는 문화 유적들, 박물관들이 지금까지 그 위상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와 면모들을 단순한 상업적 화젯거리로 전략시켜버리는 표면적인 문물이야 말로 전형적인 클리셰가 아닌지, 그 역사속에서 발전하고 연구하는 노력의 가능성을 일개 매개체로 파괴시켜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만약 제가 암스테르담에 가서 산다 해도, 한국으로 바로 내일 귀국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거에요. 내 발길이 머무는 장소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그 속에서 살아내는 나의 모습을 과장된 낭만성이나 환상 없이, 오롯 투명한 노력으로 비춰내려 노력할테니까요.


    집필하고 있는 책도 그런 맥락에서 완성되가고 있습니다. 파리의 아름다움, 낭만성도 그 도시의 일부분이기에 아예 배제하진 않았지만 더욱 포커스 되어 있는 이야기의 중심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제 모습'. 배우고, 느끼며, 사랑하고, 노래하는.. 뮤지션, 여성, 외국인 또는 동료 등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피어내는 일상의 묶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문화와 음악과 가사 세가지를 묶어 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감성 수필입니다. 그 중심지가 우연히 파리였을뿐, 내 발길이 닿는 곳의 끝은 어디일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사실...요새 어디든 훌쩍 떠나고픈 심정이라 오랜만에 스카이 스캐너를 켜봤습니다. 오픈티켓 하나 쥐고 있으면 세계 어디든 내 맘대로 갈 수 있다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곤 하죠. 현실 부정이랄까, 하여튼 비슷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책 퇴고도 막바지고, 학교도 곧 방학이라 마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힘을 내봐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