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단편 생각 조각들 - 01
Promise
남의 불행이나 부끄러운 과거을 들으면 자동으로 나와의 상황을 비교하며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는 것.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며칠 전에 우린 결국 같은 사람이니 ,그 깊은 우물의 밑바닥을 공유하자는 제의를 건네 받았다. 그 조촐하고 나약한 경험에 같이 뛰어들지 않겠니? 내 처참한 상황을 다 진솔히 터놓을 테니, 너도 얘기해 줘. 너가 얼마나 불행한지.
이 시간이 참 소중했다. 결국 다 같은 사람이란걸 깨닫게 해주었으니. 겉으로는 아무리 화려하고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 듯 보여도 다 같은 사람이다. 너의 불행을 알게 되면서 결국 너라는 사람을 조금 더 들여다 보게 되었으니 이 시간이 소중하지 아니한가. 이런 감정은 샤덴프로이트와는 또다른 별개의 성질이라고 생각한다.
남의 불행이 어찌 나의 행복이 될 수 있겠는가. 그 고통을 똑같이 느껴주진 못할 망정, 함께 공감하며 아파할 순 있지 않을까. 뭐야, 너 착한 사람 그런 코스프레 하는거냐 싶어도 본성이란 모두가 그런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 행복하길 바라고 믿는 것이다.
Emotional Baggage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데이고 베이며 지쳤으면 훅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할지. 수백번 생각하고 꺼낸 말이겠지만 감히 그 마음의 상처가 어떤 깊이를 가지고 있을지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아픔을 공감하고 다독여주고 싶다. 감히 내가 위로가 될 존재일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사람이란 그런게 아닐까, 결국 옆에 남아있는 상대방에게 마음이 가는 것. 진심으로 걱정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이끌리는 것. 무언가를 바라고 접근하는, 그 목표를 성취하면 돌아서버리는 인연들에게 숱하게 데였을 순수한 마음을 알아봐주는 사람들과 미래를 이야기하게 되는 것.
얼마든 나를 소비적인 기분전환제로 쓰여도 좋으니 그렇게라도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들을 엿본 며칠이 지났다. 사실 그 와중에 내 자신이 제일 힘들었다. 폭풍우 같은 감정들 사이에서 난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저 '재미로' 사람에게 접근하는 가벼운 사람들도 존재하고 진중하지만 책임질 수 없는 거리상의 관계만을 지향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기에 적당히 '나'를 지키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말, 글, 그리고 몸의 언어, 이 세 가지의 언어들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는 존재에게 서로 쏟아 넣는다고 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 그리고 매일 나누는 인사 '키스'. 마지막으로 전하는 노래에 담긴 나의 '말' 까지, 끊임없이 사랑을 전하고 있는 나는 가끔 지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모적인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버거울 때가 많다. 절대적으로 사랑을 주는, 가족같은 존재의 역활의 누군가가 절실한게 아닐까, 그 역활은 누구여야 하는가. 내 자신인가, 하나님인가, 애인인가, 동료인가, 스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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