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7월 말의 조각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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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키위파이님의 대문. Layla's Library




 훨씬 선선해진 날씨에 한결 생활이 편해졌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달궈진 컴퓨터와 바닥에 몸이 버티지 못했던 지난 주는 결코 정상적이라 칭할 수 있는 여름 날씨가 아니였기에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랬다. 겨우 장을 보러 한국마트에 다녀와서는 사온 포카리 스웨트 파우더를 물에 섞고 시원하게 냉장 보관을 하여 아침저녁으로 마셔대는 것으로 버텼다.

 평소 포모도로 기법으로 연습을 하는데 (25분 집중, 5분 휴식) 25분은 너무 짧아서 50분 연습하고 10분을 쉬는 방법을 택하곤 한다. 이번주엔 글을 잘 쓰지 않았는데 물론 일상에서 추출할만한 기록이 없기도 했거니와 글을 쓰는 플랫폼과 본질에 대하여 조금은 다양하게 고찰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연습은 커녕 앉아있으면 땀이 줄줄 나니 (그냥 흘러내림) 무언가에 집중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고개를 슬며시 들었던 욕구는 글을 쓰고 싶은 욕구. 이 자그마한 욕구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글을 나를 표현하는 욕구를 즐겁게 행할 수 있을까. 내가 즐겁다고 느끼는 난이도는 어느정도인가?

 물론 소소히 일기를 쓰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스팀잇을 소통의 장으로 즐겨왔었기에 가격에 따른 업앤다운이 심해지거나 스팀에 대한 비판적인 글로 잠시 시끌해질 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1일 1포스팅을 행해 왔다. 행함의 조건은 따로 없기에 투자와 회수의 목적을 제외하고 그냥 성실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기록하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해서 꽤나 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모였다. 기록하고 나면 좀 더 단단하고 매끄러운 글이 될 수 있는 두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늘 머리 속에서만 떠다니는 생각들을 때마다 메모해두고(굉장히 귀찮은 일임에도) 그것들을 모으고 편집하여 하나의 포스팅으로 올리는 작업은 소소한 기쁨을 준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시키지 않은, 온전히 ‘나’를 위한 행위로서 성실히 해올 수 있었다.

 6,7월은 한창 영화와 음악에 대하여 자료를 모았다. 한참 영화와 글쓰기에 대하여, 그리고 음악에 대하여 매진하던 그때, 물론 돈이 되는 행위라고 볼 순 없겠지만 나름 시간투자 대비해 미래에 꽤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겠다는 희망을 조금은 가졌었기에. 연습시간을 조금은 줄이기 까지 하며 꽤나 집중해왔는데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 잠시 멈춰있는 상태이다. 다시금,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니 현생(?)도 제대로 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한심한 자괴감이 들어서.

 자신의 시간을 지배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지배할 수 없다. 나에게 하는 말이다. 늘 해야 할 것들과 목표를 잡고 달려오는데 매진하다 보니, 달려가는 방향성이나 그것들에 온전히 담궈지는 내 몸과 컨디션은 등하시 했다. 건강한 식단은 커녕 운동도 목표치만큼 해내지 못했다. 간신히 우울증 약만 복용하고, 월경 동안은 많은 양의 두통약을 상비하고 다닐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했다.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갔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 첫 프로젝트로는 파리가수 출판이 있었다. 출판에 의의를 두고 쓴 글은 아니지만 다듬어서 종이책으로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취했다. 하지만 선정한 몇군데 출판사와 문제가 생겼고 처음 출판 제의를 주신 분은 외려 여러 다른 프로젝트를 권하며 첫 책 출판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었다. 꾸준히 여러 문을 두드리고 싶으나 사실 몸이 한국에 있지 않으니 어려운 부분이라 고민이다.

 두번째는 개인적인 목표인, 영-육 회복. 올해처럼 다사다난하게 몸이 아팠던 해는 처음이다. 도중에 모두 내려놓고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래도 석사과정은 마쳐야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아 무리를 했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폭풍우에 내 몸을 내어준 것처럼 체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컨디션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는 머리를 식혀가며 또는 건강한 식단으로 몸을 살살 달래곤 하나 두통과 빈혈은 참 고약스럽다. 어지럼증은 특히나 대중교통을 탈때 심하다. 약을 복용해도 그때 잠시 완화되기만 할 뿐 계속해서 호흡이 어렵고 미식거림을 동반한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소리를 차단하고 타 있는 동안은 최대한 긴장을 푸는 등 노력을 해봤지만 헛수고였다.

 두통이 심할땐 모든 감각이 내 주위의 모든 사물을 날카롭게 경계한다. 냄새와 촉각, 그리고 내 몸의 청결도, 내 몸에 닿는 모든 것들에 대한 느낌 등이 굉장히 예민해진다고 볼 수 있다. 해서 레슨을 하거나 공부를 할때 그리고 종종 알바를 할때 전후로는 몸의 컨디션을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최상 까지는 아니여도, 최악의 컨디션은 피할 수 있도록. 이러한 모든 행위는 나를 쌓고 만드는 과정의 연속인데, 가장 중요한 밑바탕은 체력이거늘..

 미생의 말처럼,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는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였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인내심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난 내 자신을 이기고 싶었고, 앞으로도 이기고 싶기에 내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드는 것이 우선임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몇년을 정신력으로 버텨왔기에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좀 더 현실 문제에 집중해보자면 - 녹음에 있어서 내게 부족한 점들을 나열하고, 회상한 후 해결책을 내놓는 방법이 있다. 일단 내가 해야할 것들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의 체력의 한계는 잠시 잊는다. 열정이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큰 산 (시험)은 잘 넘었으니 지금은 내가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하며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시점인데 체력이 주춤주춤. 어떤 가치 value 가 있는지 아무리 긍정적인 시각으로 상대평가를 해봐도 늘 부족한 내 자신과 싸우는 데 이골이 났나.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그 어디가 되었던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적 제약을 지금만큼은 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잘하고 있고, 잘했고, 잘 될 것이다 라는 스쳐 지나간 문장들이 어느 날 뜬금없이 위로가 되는 것처럼- 살아가며 불안하지 않은 사람 없다지만 가끔은 잠깐이나마 확신을 가지고 살아내고 싶은걸.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꿈꾸고 오늘을 살아내며 내게 주어진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셋째는 그룹 프로젝트이다. 멤버를 찾고 편곡한 곡들을 연주할 무대를 모색하는 것. 30분 남짓한 연주가 목표라 짧고 굵은 쿼텟을 준비했으나 아직 단계적으로 할일이 많다. 테마는 잡았고 곡 선정까지 했으나 편곡이 문제다. 최대한 모던한 (요새 모든 재즈가 그렇다고 하지만) 튠을 구현하고 싶어 고민이 이래저래 많다. 영상촬영을 해주는 친구가 잠정 귀국하게 되어 다음주에 마지막으로 보기로 했는데 아직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마치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듯 성급히 던져진 것처럼 보여야 한다. 아니 진실과는 달리, 아무런 수고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 수월해 보이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무한한 고통이 따른다.” -미켈란젤로

 글은 길게 생각하고 빠르게 작업하라 했다. 수정은 냉정하게, 마치 적을 보듯이 하라 했다. 다시 쓰기보다 수정이 낫기에 초고가 중요하며 서술의 힘이 살아있어야 한다. 문체는 작가로부터 나오고, 그 작가의 인격이 독자에게 거부감을 준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F.L.Lucas 의 말은 또한번 나를 좌절하게 한다. 좋을 글을 쓰려면 글쓴이의 인격도 얼마간은 훌륭해야 한다는데, 나는 내 스스로를 얼마나 고스란히 내어줄 수 있는가?

 글과 음악 모두 본질은 통하니, 그를 해내야 하는 내 몫은 늘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체력을 보완하는데 뭐가 좋을지 고민하고 운동과 명상으로 겉과 내면으로 보이는 내 모습을 다지는 것, 그것이 8월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을 통해 얻는 활력 또한 아주 기대하는 중. 아, 떡볶이 먹고 싶다. 매운맛에 쿨피스 추가해서 도착하면 제일 먼저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