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일> 책방의 의미와 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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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창업기


 책방은 공간에 대한 이해와 책에 대한 취향이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기에, 서점을 '문화 사업' 같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존재한다. 취미로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단 책을 알아야 하고,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하며 책을 둘러싼 이슈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책을 매력적으로 진열하기 위한 연출력 또한 빠지지 않는 덕목이다. 그저 커피 한잔 내려 여유롭게 서점을 지키는 주인이란 이미지로 낭만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비즈니스'들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서점의 일' 은 서점 주인들에 대한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이야기들과 함께 질문과 답으로 서점 주인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어놓았기에 똑부러지면서도 다정한 면모들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서점이 생겨날 것 같아요. 결국에는 책방의 의미와 수익성, 두 지점의 균형을 잘 잡은 서점이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방은 공간에 대한 이해와 책에 대한 취향이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한계가 있어서 지속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요.



 그렇다면, 서점에 대한 막연하게 생긴 동경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로 내가 서점을 애용하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단순하게 책을 직접 만져볼 수 있고 매대에 올려져 있는 수많은 책들의 제목들과 그들의 표지를 보면서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책들을 살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내가 읽어 본 후에 소장하고 싶은 책들을 추릴 수 있다는 점- 즉 내가 흥미로워 하는 주제에 대한 탐구와 동결된다. 즉, 서점은 책에 대한 애정이 강해지는 공간이라는 사실.

제가 판매하는 책이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기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편견없는 독서가 필요하죠. 전에는 원하는 책만 읽었는데 이제는 많은 책들을 다양하게 읽고 좋은 책을 선택해야 해요. 그동안은 작가의 의도보다 책을 읽는 저에게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는 작가를 중심에 두고 읽다보니 책 속에 숨은 다른 장치가 보입니다.



 책은 옷이나 신발처럼 입어보고 구매하지 않으면 미안해지는 것과 달리, 부담없이 읽어보고 사지 않아도 되는 구매에 진입장벽이 낮은 물품들이다. 하지만 서점 주인은 다르다. 책방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책 주문, 입고, 판매, 반품, 지불, 정산 등 단순한 육체노동이 반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단기간에 열정을 쏟기보단 오랜 시간 천천히 들여야 하는 '장사' 이다.

작가들의 입고 문의 메일을 읽는 것 또한 즐겁습니다. 그 메일을 읽다보면 세상에 참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에 놀랍니다.



 글을 쓰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신경쓰지 않으려 하지만 아무래도 보팅에 찍힌 숫자나 댓글 수에 민감해질 때가 있다. 그만큼 공감을 이끌어내는 포스팅이나 글이다, 아니다를 겉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책의 판매량은 곧 가게 매출이고, 매출은 즉 현상 유지를 뜻한다. 그렇다면 삶에서 돈의 역할이 몇 할을 차지하는지, 줄어들어도 행복할 수 있는지, 그의 기준은 무엇인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늘 어렵고도 놀라운 부분이다. 노래를 해온 십몇년 동안 막연하게나마 생각해왔던 그 기준을 고스란히 접목시킬 수 있다니.


 남이 시키는일, 내 정서와 전혀 다른 일을 오로지 ‘매상’의 취지에 맞춰 하는것을 싫어하고, 내가 주도적으로 일하는, 나의 예술성이 드러내는 일을 좋아한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 안좋게 말하면 물정 모르고 속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혼자 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 서점의 일이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고 가게 운영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며 무엇보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인 아버지와 함께한다면 즐겁지 않을까 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던 어제. 이런저런 다양한 모양과 깊의 고찰이 교차하지만 무엇보다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낸 나로서는 이러한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와 함께 책방을 운영을 하고, 한쪽에선 카페를 운영하며 매일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삶. 어릴때부터 꿈꿔왔던 세계를 무대로 투어를 다니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이다.